기사입력 2008-04-11 09:27 |최종수정2008-04-11 10:09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충무로 3대 기근…해법은 무엇?

'작가·투자자·배우가 없다'

지난해부터 위기 양상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충무로 기근'이 장기화될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7년 개봉작 112편 중 13편 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등 평균 투자수익률이 -24.46%(2006년 기준)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함에 따라 충무로 보릿고개는 심화되고 있다.

최근만 살펴봐도 3~4월 개봉작이 눈에 띄게 준 데 이어 더 큰 문제는 현재 제작중인 영화 편수가 확연히 줄고있다는 것. 이는 내년과 내후년 개봉작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기근'에 대한 우려감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각 영화주체들에게 '위기의 본질'을 물으면 제작사는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투자자들은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배우들 또한 작품을 찾지 못해 방송으로 눈을 돌리는 'TV속으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단기적 해법'에 그치지 않는 충무로의 중장기적 위기 타개책은 무엇일까.

작가가 없다(?)

일선 영화 제작 관계자들은 '콘텐츠의 부재'를 위기의 일차적 원인으로 꼽는다.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신선하고 뛰어난 작품성을 갖춘 시나리오가 없는 것이 관객 외면 현상의 이유라는 것. 최근 영화 관객들이 점점 '스타'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는 현상도 '작가부재' '이야기부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발표되는 시나리오를 열심히 살펴봐도 영화화가 가능한 시나리오는 50편 중 1편 꼴"이라며 "작품은 많지만 그 중 영화화에 적절한 소재나 구조를 갖춘 작품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털어놓는다.

이는 시나리오 작가들을 양성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것과 작가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현실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영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려면 아이디어 개발부터 집필과 수정, 연출을 위한 후반 작업까지 보통 2~3년 이상이 걸리는 데 비해 입봉 시나리오 작가의 원고료는 2000만원 수준으로 들이는 공에 비해 턱없이 낮다.

또, 작가가 작품의 전반을 관할하는 드라마와는 달리 시나리오는 영화화를 위한 일정 수준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작품도 다수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신작 '마더' 촬영을 준비중인 봉준호 감독을 비롯, '타짜'의 최동훈 감독, '추격자'로 주목받은 나홍진 감독 등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감독들도 점점 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감독들이 연출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신작 발표에 몇년씩 걸리는 상황을 초래한다.

때문에 완성도를 갖춘 참신한 시나리오 개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을 통해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가 신인들의 작품에 대해 조언해주는 멘토 시스템을 도입한 예는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또, 영화계 관계자들은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대학 강의 과정이나 전문양성기관들을 늘려 전문성을 갖춘 작가를 양성하는 것이 큰 차원에서 영화계 위기 극복의 방안"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투자처 다변화 '시급'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산업의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가운데 현재 주요 투자자들은 통신 기업 등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몇 개 투자자에 한정된 자본조달구조는 불안정한 구조를 낳을 뿐 아니라 비슷비슷한 영화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위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한국영화산업 투자환경 및 자본조달구조' 보고서는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제작사가 자체 자본조달능력을 확보해 기획 및 예산규모 다양성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공적인 대출 지급보증 시스템이나 제작사들간 중대형 규모의 공공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들도 움직여야

배우들 또한 시장이 어려울수록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 면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이영애, 최지우, 김아중 등 몇몇 스타급 배우들은 1~3년째 영화계에서는 두문불출하는 등 차기작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영화계 불황으로 인해 작품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배우들의 상황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스타급 배우들이 작은 작품이라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주는 것이 시장이 살아나 함께 윈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김혜수·전도연·박은혜·김민선 등 일부 배우들은 개런티를 자발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저예산·상업영화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무로가 힘겹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는 요즘, 각종 위기의 징후에 대한 단기적 처방을 넘어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묘안이 필요할 때다.

[사진 = 올 상반기 400만 관객을 넘어선 두편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왼쪽)과 '추격자']

(장서윤 기자 cie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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